"인턴 기간 두 달 동안 개인당 50대의 핸드폰을 팔아야 했어요. 그와 별도로 팀마다 할당된 그 날의 목표 실적도 채워야 했습니다. 계약서를 쓸 때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밤 9시까지 길거리 판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국내 유명 통신회사에서 인턴을 한 대학생 최모(여·24)씨의 말이다. 졸업을 앞둔 최씨는 입사 시 가산점을 준다는 말에 인턴에 지원했고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한 은행에서 핸드폰을 팔았다. "무리한 업무량과 부당한 근무 여건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인사 부장이 사원 모집시 인턴중에서 반을 뽑을 계획이라고 해서 다들 끝까지 참고 했죠. 그런데 수료식 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더군요." 그는 "아무리 인턴이라지만 시간 외 수당도 없이 일하는 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백 시대’에 인턴은 선택 아닌 필수
이렇게 대학생 인턴 채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인턴을 해 본 대학생들 상당수가 "이런 건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불합리한 노동 조건, 부실한 교육 프로그램, 채용과의 비연계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인 대학생 최모(여·21)씨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제도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는 건 사실"며 "인턴제도가 낮은 임금으로 일을 시키기 위한 합법적인 제도로 변질됐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 자체보다 회식자리에서 인사드리며 술 마시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박모(남·27)씨는 지난 7월부터 6주 동안 모 은행 명동점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미리 사회생활을 배웠다는 점에서 나쁘진 않지만 잦은 회식이 버거웠다"며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에 얼마나 잘 융화하느냐를 더 중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 초 한 통신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대학생 김모(여·24)씨도 두 달여 간의 인턴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다. "회사에서 인턴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지 않아 인턴을 배정받은 부서에서는 인턴에게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시켜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인턴들은 바쁜 직원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민망했고요." 김씨는 당초 마케팅 관련 일을 직접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철저한 교육이나 생생한 현장 경험은 없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대충 눈치로 알 뿐이었고, 자료 입력이나 복사 등 단순 업무를 하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는 그는 "사무실 분위기를 익히는데 그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르바이트보다 싼, 취업과는 별개?
인턴을 희망하는 대학생들, 특히 졸업 예정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취업이다. 하지만 인턴이 곧 채용과 직결되진 않는다. 경남 창원대의 취업지원실 홍의성 실장은 "인턴을 통하면 모두 취업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학생들은 인턴과 취업과의 연계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턴보다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아르바이트 임금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이모(남·25)씨는 "얼마 전 구직 사이트에서 한 대기업의 인턴직원 모집 공고를 봤다. 지원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턴 경험이 있는 주위 사람들이 말리더라"면서 "사실 취직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데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인턴을
포기하고 그 시간을 영어성적 올리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회사 측은 대학교 4학년인 인턴은 6주간의 현장 실습을 마치면 대부분 채용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40명 중 10명도 안 뽑았습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몇 명 선발한다고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죠." 이번 여름방학 때 국내의 한 의류업체에서 인턴을 하고 이 회사에 취업을 한 이모(여·24)씨는 최종 합격을 하고도 씁쓸하고 동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실습이 끝나고 예상치 못한 몇 번의 면접이 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턴의 반 이상은 실습 점수가 안 좋다, 너무 뛰어나서 우리 기업이랑 안 맞는다는 등의 이유로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시기에 모든 걸 제쳐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는데 이제와 다른 데 알아보라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지금 안 된 사람들은 휴학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인턴이 취업과 직결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속성도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김형주 의원(열린우리당·서울 광진 을)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인턴 취업자 4명 가운데 3명은 취업 후 2년 내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노동부 인턴취업지원제로 뽑힌 1만838명 가운데 2004년 6월 현재까지 고용상태에 있는 인원은 선발 인원의 24%인 2701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예산은 600여억원이나 들어갔다. 이로인해 인턴 취업지원제도가 실제로는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 목 : 인턴제 이런 건 줄 몰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