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서 회전초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양수(가명.51) 씨는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인근 백화점 식품 매장의 베이커리 코너를 찾는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 알게 된 ‘저온 숙성빵’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과 그윽한 향이 배어 있는 빵 맛이 일품”이라면서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 백화점을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 식품 매장의 ‘얼굴마담’으로 통하는 베이커리 매장이 소리 없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된다. 식생활 서구화로 전반적으로 빵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각종 유기농 재료를 앞세워 웰빙과 고급화에 성공한 백화점 베이커리를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커리는 백화점 효자상품
=‘베즐리’라는 인하우스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은 지난 1분기 빵 매출이 8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2006년(16.4%)과 2007년(20%) 증가율보다 훨씬 큰 비율이며, 식품(증가율 3%)과 비교하면 무려 7배나 앞서는 숫자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베즐리 매장에서만 3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신세계백화점에는 자매사인 조선호텔 소속 베이커리 브랜드 ‘달로와요’가 본점을 비롯해 8개점(대백프라자 포함)에 입점했다. 달로와요의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18% 급증했고 올해 1분기엔 12%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베이커리 매출이 1년 새 10% 늘었고, 역시 올해 1분기엔 15%를 기록했다. 백화점 ‘빅 3’의 베이커리 매출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는 관계회사인 롯데블랑제리를 통해 ‘보네스뻬’ ‘포숑’ 등의 베이커리와 파마니씨, 아마폴라, 미고 등 케익 전문 브랜드를 거의 모든 점포에 입점시켰다. ‘빅 3’ 백화점과 주요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베이커리 거래액은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백화점 베이커리 성장 비결은
=백화점에서 베이커리가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식생활의 서구화로 빵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발맞춰 백화점 베이커리 매장을 찾는 중장년층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빵의 고급화도 백화점 빵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이 ‘베즐리’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2005년 26%였던 40~50대 고객 비중이 지난해엔 41%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각 백화점이 ‘웰빙 베이커리’, ‘고급 수제빵’ 등 베이커리를 내세워 식품 매장 차별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도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베즐리’가 밀가루뿐 아니라 우유.올리브유까지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사용해 만든 ‘고급 수제 유기농 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보네스뻬 브랜드 내에 웰빙을 강조한 ‘보네스뻬 에비뉴’라는 상품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유기농 식빵과 바게트가 인기가 많다.
신세계백화점의 ‘달로와요’는 180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고급 베이커리로, 빵과 케이크만 200종을 웃돈다. 특히 제과장이 직접 만드는 초콜릿은 마니아층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 시즌별.테마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홍정란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식품팀 부장은 “베이커리 구매 고객은 백화점을 자주 찾는 단골고객”이라며 “빵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선택하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제 목 : [베이커리] 빵굽는 백화점 마니아를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