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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슬로우푸드?
작성자 : 외식담당 등록일 : 200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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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슬로푸드가 뜬다

음식은 곧 삶이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다’라고 했다. 우리의 신토불이(身土不二)와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식탁은 이미 패스트 푸드(Fast Food)에 점령당해 버렸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패스트 푸드를 선호한다. 햄버거, 피자에 길들여져 김치, 된장찌개라면 질색을 하는 세대. 바쁘다는 핑계로 매끼 식사를 3분 요리팩, 캔음식 등으로 대충 때우는 사람들도 많다.

패스트 푸드는 단지 음식이 만들어지고 먹는 데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활도 빨라진다는 뜻이다. ‘빠름’을 추구하는 생활 속에서 여유 있는 식사가 주는 즐거움과 유쾌함마저 사라졌다. 단지 조미료 맛,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에만 길들여져 맛을 음미하기는커녕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이처럼 패스트 푸드는 천편일률적인 맛으로 미각의 발달을 방해하고 집중력과 감성마저 떨어뜨린다고 한다. 영양 불균형과 비만의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사회학자들은 남을 배려하거나 더불어 사는 문화가 되지 못하는 원인을 패스트 푸드에서 찾는다.

다행히 최근들어 웰빙 열풍과 함께 슬로 푸드(Slow Food)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웰빙은 ‘물질적 가치에 매달리지 않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슬로 푸드는 현대인의 패스트 푸드 문화에 대항해 식사와 미각의 즐거움, 전통음식의 보존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패스트 푸드가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꿔놓은 것처럼 ‘슬로 푸드’는 느리게 살며 편하게 음식을 먹을 것을 권한다.

전통적으로 우리 음식은 슬로 푸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생산된 청정 재료를 이용해 숙성과 발효 등 전통 조리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곰탕, 설렁탕, 삼계탕 등 천천히 발효시키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이밖에 술이나 떡, 묵 등은 현재의 과학기준에서 보더라도 완벽한 슬로 푸드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담그면 온도를 맞춰가며 잘 익도록 살펴보고 기다려야 한다. 장도 담그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햇볕을 쪼이고, 뚜껑을 닫아주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런 우리 음식은 잘만 먹으면 약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약과 음식의 근본이 같다’고 해서 약식동원(藥食同源), 식즉약(食卽藥)이라고 했다.

슬로 푸드는 곧 약식동원의 조리법으로 생활 속에서 건강과 여유와 행복을 찾는 웰빙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오늘날 이 훌륭한 슬로 푸드들이 일부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일부는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음식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수입한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오염된 식재료, 유전자변형 식품 등 검증되지 않은 먹을거리들이 우리 식탁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농산물 재배에 성장호르몬이 사용되고,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고, 소 돼지 닭 등을 공장에서 키우는 등등의 이유로 광우병 같은 질병이 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슬로 푸드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부제나 화학조미료,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식재료,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자연식품으로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찾아나서고 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전통음식과 궁중음식 붐이 일면서 그동안 중년 이상이 주고객층이었던 전통 메뉴를 즐겨 찾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 푸드가 빼앗아간 즐겁고 건강한 식사. 수천년 내려온 ‘정성’과 ‘감동’의 전통적인 손맛이 웰빙 슬로 푸드로 되살아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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